어느 갑상선암 아주머니 살아가는 얘기
작성자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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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갑상선암 아주머니 살아가는 얘기


M 아주머니는 일찍부터 갑상선암과 더불어 살아오는 아주머니다. 아니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주머니다. 아니 이제는 인정많은 할머니다.

내가 그를 안지는 지금부터 약 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시 앳띤 햇병아리 의사였을 때다. 의과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막 지난 외과 레지덴트 때였다.
당시 30대 중반으로 기억되는 비교적 젊은 M 아주머니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님으로 부터 갑상선종양수술을 받았는데 내가 담당의사였다.
그런데 수술후 조직검사결과가 암으로 판명되었고 그후 환자는 불안해 하기 시작하고 나는 갑상선암이란 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환자 남편은 결과가 악성이라 하니 부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부탁을 아직 경험도 없는 애숭이 의사인 나에게 너무나 공손히 부탁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수술후 몇해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 목의 수술한 반대편에 또다른 혹이 생긴 것이었다.
암덩어리가 반대편 목에 재발했던 것이다. 나도 걱정이 되었다. 갑상선에 생긴 혹을 수술했는데 암으로 판명된 환자가 그 반대편에 다시 혹이 만져진다는 사실에 어찌 태연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당시 교수님과 함께 강력하게 다시 수술해야함을 주장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교수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수술하는 것이 겁이나서인지 재수술은 받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

나는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군복무를 하게 되었고 그 환자는 다음 선생들에게 인계되어 경과관찰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해군군의관 복무시절 우연히 그 아주머니를 내가 사는 대연동 못골시장 과일가게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재발한 갑상선암을 아직도 수술 받지않고 달고 다닌다고 했다. 벌써 몇년이 지나가는데 저러다가 어떡하나.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갑상선 유두상암이 분화암이라 멀리 전이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 전이가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는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 학생강의도 맡으며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어느날 이 아주머니 환자는 다시 옛날에 내가 본 그 혹을 가지고 대학병원 진찰실을 찾아왔다.
벌써 재발한 혹을 달고 다닌지가 10년 가까이 되어서 였다. 외래 진찰실에서 몇가지 검사해 본 결과 갑상선 좌엽에 국한된 혹 외에 별다른 전이의 소견은 다행히도 없었다. 그러나 수술권유에 아직도 아주머니는 태평이었다.


또 많은 시간이 흐르고 아주머니는 불편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대연동에 병원 개원을 한 후에 M 아주머니는 어떻게 용하게 알았는지 나의 병원에 찾아와 다시 진찰을 받았다. 자주 나타나지도 않고 가끔씩 나타나는 이 환자는 이번에는 좌측경부의 정맥혈관 쪽으로 림파선이 여러개가 만져졌다.
갑상선암의 림파선전이가 보였다. 나는 내심으로 이제 올것이 왔구나 생각하고 이제 그냥두면 안되겠으니 반드시 수술을 해서 모든 종양들을 제거해야된다고 일렀다.
그제는 약간 수긍하는 자세를 보이더니 또 집으로 돌아가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재발한 갑상선암 아주머니가 다시 나의 병원에 찾아와서 결국 수술을 받게 된 것은 첫 수술 시행후 25년만이고 암이 다시 재발한지 20년이 훨씬 넘어서 였다.
이때는 이미 건강하던 남편이 먼저 지병인 고혈압으로 타계하고 난 후였다.
혼자된 아주머니는 이제 목에 혹들이 커지고 몸이 부어 뚱뚱해지고 숨쉬기가 곤난하고 또 어떤경우는 굳은 음식을 삼키기가 곤난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갑상선좌엽의 혹이 어른 주먹보다 더큰 혹이었고 주위 임파선도 여러개가 굉장히 크게 만져졌다.
어찌 이렇게 될 정도까지 그냥 두고 지내왔는지 정말 미련하기 짝이없는 아주머니다.
그제서야 급하게 되니 수술해 달라고 조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가 보다.

혹이 너무나 크고 범위가 넓어서 약간 겁도 나긴 했지만 그동안 줄곳 내가 관찰해 왔고 또 처음부터 맡았던 환자인지라 내가 수술하기로 했다.
이 환자는 개원후 나의 병원에서 1412번째의 갑상선 수술환자였다. 다행히도 수술은 잘되어갔다.
여러개의 혹이 비교적 잘 떨어져 나갔고 전이된 임파선들도 생각보다는 박리가 잘되었다. 재발해서 20년 동안이나 갑상선에 붙어 있던 혹들이 비교적 쉽게 제거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부갑상선 하나정도 남을 만큼의 갑상선조직을 남겨두고 모든 갑상선조직을 다 제거했다.
떨어져 나간 혹들은 밥그릇보다 더 큰 스텐으로 된 수술실 그릇에 가득찼다. 수술을 한 나 자신도 속이 후련하다. 이런것이 바로 수술의 진면목이며 이를 위해서 우리 외과의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자는 이제 숨도 잘 쉬고 음식도 잘 넘어갈 것이다.
수술후 입원치료중의 경과도 좋았다. 음성도 변하지 않았다.

그후 또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재수술후 5년동안 경과는 아주 좋은 편이다.
이제 정기적인 갑상선호르몬검사와 호르몬약을 복용하고 있다.이제 65세 할머니가된 이 환자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멀리 괴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할머니를 본 이웃사람들이 귀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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