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음주와 갑상선환자
작성자 : 최고관리자
조회수 : 22,622
|
|
|
여성음주와 갑상선환자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이제 여권신장의 시대가 도래해서인지 여성들도 술을 많이 마시는가 보다.
얼마전에는 어느 은행 지점장 부인께서 대낮에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망교통사고를 낸 사건이 있어 이 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낮에 계모임에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젊은 신세대 여성들도 이제는 직장에서 또는 미용상 그리고 다른 이유로 맥주정도는 그냥 음료수 정도로 생각하고 편하게들 마시고 있다.
직장의 회식 때에 젊은 여성들은 소주를 잘도 마신다.
여성음주가 우리나라의 술 소비를 부추기고 있어서 아마 세계에서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 나라에 일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보아오면서 가끔씩 어떤 시대적인 변화를 느끼곤 한다.
내가 많이 보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갑상선환자들인데 그들은 대부분 여성환자들이고 또 중년기 이후의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들이 진찰을 받고 처방을 받아 약을 타 가면서 묻는 말들에 대개 음식물에 대한 것과 또 술을 한잔 해도 되는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대답을 계속 하기에 너무 짜증이 나서 이제 아예 진료실의 벽에다 갑상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들은 술과 커피를 삼가하라는 글을 써서 붙여 놓았다. 커피도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반문을 해 보았다.
우리 몸에 어떤 병이 생겨서 치료하고자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데 술을 먹어도 되는 병이 과연 있는지 말이다.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비록 갑상선 환자들은 만성적인 피로에서 시달리고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을 잘 해 나가가고 있기 때문에 생활속에서 나오는 질문이긴 하겠지만 어디 환자가 술을 마셔서야 될 일인가.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삶 속에서의 고정관념은 여성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당연히 알고 있고 또 그렇게들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러한 우리의 생각도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어느 날 아침 이제 막 오전 외래진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멀리 강원도에서 온 전화인데 나에게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갑상선 환자였다.
약간 상기된 목소리의 전화 내용은 다름이 아니고 지남 밤 술을 좀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속이 거북하고 메스꺼워 구토를 하니 새빨간 피가 목에서 넘어 온다고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빨리 인근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으라는 지시를 하긴 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쓸쓸하기만 했다.
여성이, 아니 갑상선환자가 왜 저렇게 술을 마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갑상선 환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란 병이 있다.
나는 이 병을 환자들에게 알기 쉽게 비유해서 설명을 할 때 이 병은 몸에 불이 붙은 병이라고 설명을 자주 하곤 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잘 이해를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많아서 몸에 불이 붙은 병, 그래서 몸이 서서히 타 들어가 힘이 없고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말라 들어가는 병이라고 말한다.
이 때 술은 불 타는데 휘발유에 비유가 된다. 몸에 불이 붙어 있는데 휘발유인 술이 몸에 들어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거세게 탈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닐까.
실재로 직장에 다니며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치료를 받고 있는 젊은 남자 환자가 직장에서 회식 때에 술을 많이 마시고 병이 극도로 악화되어서 결국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나간 일이 얼마전 우리병원에서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민주화운동속에 여성의 인권신장과 사회참여가 많아지고 여성지도자가 많아 나오며 남여평등의 사회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음주하는 생활습관에는 남녀평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서구화로 변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무분별한 음주문화에 오몀되지 않는 깨끗한 여성들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이거나 예비 어머니다.
어머니가 먼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이 사회와 나라가 건강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