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치료하는 병원
작성자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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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치료하는 병원


지난 연초 새해 아침에 일찍이 나를 찾아온 한 시골 할머니 환자가 있었다.
예년에 늘 그랬듯이 연휴가 되면 병원지키는 일은 주인이 하게되고 직원들은 거의 모두 휴가에 들어가고 병원은 조용하게 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 조용한 새해 아침을 맞는데 마침 원무과에서 환자가 왔다는 연락이 왔다.
병원 7층 내실에서 일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어느 시골에서 오신 할머니 한분과 딸인듯 해보이는 젊은 여인이 같이 원장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할머니 환자는 멀리 전라남도 완도에서도 더 배를 타고 들어가는 조그만 낙도에 사는데 공휴일인지 해가 바뀌는지도 모르고 배를 타고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부산까지 달려와서 묻고 또 물어 아침 일찍 대연동 나의 병원을 찾아온 갑상선 할머니 환자였다.
이렇게 멀리서 힘들게 찾아온 환자를 '오늘은 공휴일이니 휴진합니다'라고 어떻게 보낼 수가 있겠는가..
나는 더 정성을 다해서 갑상선에 대한 진료를 해서 보낸 일이 있었다.
나를 경상도 말로 용한 의사로 알고 그렇게 멀리서 힘들게 찾아온 것을 생각하면 내가 오히려 더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닌가.
금년 나의 첫 환자는 이렇게 해서 갑상선환자로 시작된 셈이다.


근래에 들어와 갑상선 환자들이 우리 주위에서 많아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약 20여년전 우리가 수련과정에 있을 때만 해도 갑상선 환자는 비교적 드물었는데 요즘은 우리들 주위에서 갑상선 환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비단 나의 병원에서만 환자들이 많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고 서울에서 종합건강진단을 주로 많이 하고 있는 의사친구도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 여성들이 아주 많아졌다고 한다.
부산의 외과계에서 아주 원로이신 대 선배님 사모님께서도 하시모토갑상선염으로 약을 조금 들고 계시고 의료계 사모님들도 여럿 계신다.
일본에서도 많은 갑상선 환자들이 병원 진료실에서 대기해가며 진료를 받고 있다.


내가 대학에서 전임강사로 근무할 무렵 내과 K교수님께서 넘겨 주시는 갑상선 수술할 환자들을 많이 다루게 되었다.
외과의 대수술은 교수님들이 주로 오전에 하시고 젊은 스탭인 나는 주로 오후에 중앙수술실에서 갑상선 수술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뇨기과 주임교수이신 Y교수님께서 우리 외과팀이 갑상선 수술을 할 때 자주 오셔서 어깨너머로 보시면서 "오늘도 갑상선수술하나, 무슨 갑상선 수술을 그렇게 많이 하노, 어디 부갑상선(parathyroid) 하나 찾아봐도"라고 농담과 격려를 자주 해 주시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와 갑상선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 후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이곳 대연동에 아담한 병원을 세워 갑상선환자들을 많이 진료하며 살아가고 있다.
개원의로서 갑상선 환자를 많이 보게 되면 몇가지 좋은 점이 있다.
우선 응급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좋다. 갑상선 환자는 장기간 치료가 요하기 때문에 환자로서는 괴롭지만 의사로서는 병원에 오는 환자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또 갑상선은 비록 악성종양(암)일지라도 수술하면 그 예후가 비교적 좋다는 것이 또한 치료에 장점인 것이다.
내분비 계통의 질환이 그렇듯이 갑상선 질환도 그 병리와 치료가 단순하며 용이하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이다.

또한 갑상선병은 여성에게 많다.
여성은 사춘기, 초경, 월경, 임신, 분만 그리고 폐경 등 많은 호르몬의 영향과 살아가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갑상선병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갑상선병 환자는 피곤하기 때문에 일을 잘 할 수 없다. 늘 부자같이 놀면서 살아갸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갑상선병은 부자병이라고 설명을 한다.
실재에서도 보면 갑상선환자는 아주 가난한 사람에서는 드물고 비교적 중류층 이상에서 많다.

또 갑상선 환자는 가족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많다.
얼마전 병원에 60대 초반의 할머니가 갑상선수술을 받고 퇴원하였는데 이제 그 할머니의 큰 딸이 같은 침대에 입원하여 갑상선수술을 받고 누워있다.
그 아래 여동생 두 사람이 있는데 병원에 문안와서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모두 갑상선에 혹이 생겨 있었다.
그런데 이 환자의 바로 옆 침대에 누워서 역시 갑상선수술을 받고 치료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이 얘기를 듣고 멀리 사시는 자기 언니인 75세 할머니가 병문안차 본원에 오셨는데 진찰해보니 역시 할머니 목 깊숙히 다발성 갑상선종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 할머니 역시 두 딸이 갑상선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한 병실의 바로 옆 침대에 누워있는 두 환자 모두 어머니와 여자 형제간 4모녀씩 갑상선병을 가졌다는 가족력이 나타나고 있다.
그외에도 가족력은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래저래 나는 갑상선 수술을 많이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거의 매일 오후에는 사람들의 갑상선에 생긴 혹을 떼어내곤 한다.
언젠가 갑상선 수술을 하면서 수술팀들에게 나는 갑상선 수술을 해놓고는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있는데 맹장수술을 해놓고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고 하니 모두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때가 있었다.
이 어려운 갑상선수술이 쉬운 맹장수술에 비하여 그럴 수가 있을까 이해가 않된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다.
갑상선 수술을 많이 하여 이제 도가 통한 나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다. 맹장 수술도 많이 했다.
그러나 맹장염은 정도에 따라 수술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개원후 지금까지 시술한 약 7000예의 수술중 두사람의 사고 있었는데 둘다 맹장 수술이었다.

갑상선수술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갑상선암 수술할 때 부갑상선 조심하고 한쪽만 수술할 때 목소리 쉬는 후두신경만 조심하면 된다.
가장 흔하게 문제되는 출혈문제는 수술만 덤비지 말고 차분히 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상선 수술은 다른 수술보다 상처부위가 깨끗하고 목부위는 조직에 혈류가 많기 때문에 수술부위에 감염이나 염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수술 후 항생제를 다량으로 쓸 필요가 없다.
다만 갑상선 수술은 수술부위가 목앞 노출부위이고 대개가 여성들이기에 수술상처부위의 흉터가 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 흉터 때문에 근자에는 내시경적 갑상선절제술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가급적 피부절개를 많이 하지 않고 또 성형수술을 하여 많은 세월이 지나면 큰 표시가 나지 않게 수술을 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많은 갑상선병은 크게 보아 기능에 이상이 있는 항진증이나 저하증은 약으로 치료를 한다. 그리고 약으로 치료하면 모든 환자들이 다 좋아진다.
그리고 갑상선에 생긴 혹은 수술로서 제거하면 더 쉽게 낫는다.

갑상선암도 조기에 수술하면 완치된다.
치료원칙에 잘 따르면 모든 갑상선병은 완치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쨌든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부산성소병원은 이제 갑상선환자 치료하는 병원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그 병원을 지켜나가는 충실한 종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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