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를 이어가는 병
작성자 : 부산성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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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갑상선환자를 많이 보는 임상의사가 되었다.
갑상선환자들 속에서 하루를 지나고 오후 잠깐 틈 속에서 갑상선 환자들에 대한 삶의 모습을 글로 펼쳐본다.
갑상선환자들을 보게되면서 나는 몇가지의 특징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갑상선환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란 점이다.
또한 병의 경과가 만성적으로 이어지기에 발병되면 대개 오랜동안 환자로서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심한 경우 외에 몸져 자리에 눞는 일은 드물지만 늘 기운 없이 피로를 느끼며 살아가는데 그래서 갑상선 병은 쉽게 낫지 않는다는 점이 또한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병의 가족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 갑상선병은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나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 흔하게 있으며 지위나 신분이 높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부자나 가난한자나 누구에게나 다 오지만 낫는데는 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어느날 젊은 여자분이 병원을 찾아 왔는데 갑상선에 혹이 생긴 환자였다. 그런데 그 옆에 보호자로 온 어머니가 목이 조금 이상하여 만져 보니 그 역시 갑상선 한 쪽에 혹이 생겨 있었다.
이 두사람 다 혹을 떼고 나서 지금은 불편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와같이 모녀가 같이 갑상선을 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래에서 부지기수로 본다. 그래서 나는 젊은 딸아이가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어머니의 목도 같이 만져보는 습관이 들고 말았다.
5년 전부터 전포동에서 우리병원에 다니면서 갑상선 약을 먹고 계시는 나이 일흔이 넘는 할머니 환자 한분이 계신다.
약 20년 전 그러니까 중년부인 때부터 갑상선이 전체로 커져서 K교수님께 치료를 받아 왔으며 이제는 딱딱하게 만져지며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붓고 더 많은 피로를 느끼며 살아가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인데 전형적인 갑상선가족 할머니다.
이 할머니의 어머니는 오랜 옛날에 갑상선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본인은 지금 하시모토갑상선염에 의한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늘 호르몬 약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 사는 할머니의 큰 딸이 몇년 전에 서울중앙병원에서 갑상선유두상암 수술을 받았으며 이 환자의 딸인 외손녀가 현재 대학에 다니는데 미만성갑상선종으로 병원에서 경과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모계쪽으로 4대째 이어지는 갑상선 가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할머니의 남동생도 갑상선병으로 내과적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여동생 두분 다 나이들어 갑상선병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다고 하니 참으로 갑상선환자 대가족이다.
현 미국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도 갑상선환자였다.
그가 재임시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자리에서 쓰러진 일이 있었는데 바로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이었고 크린턴 직전대통령부인인 힐러리여사도 같은 병이라고 하니 이러한 세계최고 지도자들도 흔쾌히 낫게하지 못하는 병이 바로 갑상선병인가 보다.
많은 갑상선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의사로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술해서 갑상선 혹덩이 제거하는 몇몇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cure가 아니고 care만 하고 있는 의사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하기야 백악관 주치의들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나를 조금은 안위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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