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Park's List
작성자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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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Park's List


요즘 리스트란 말이 가끔씩 신문지상에서 눈에 보이기도 하고 또 듣기도 한다.
일련의 사람들의 명단이란 뜻으로 풀이하면 해석의 큰 잘못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치적 사회에서나 재계나 또는 어떤 법의 수사대상에서도 가끔씩 쓰일때도 있다. 이럴 때는 대개 좋지 않은 뜻에서 리스트라는 말들이 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흥행된 유명한 영화가 있다.
"쉰들러 리스트"란 감명깊은 영화인데 "쥬라기 공원"을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유태인 학살과 관련된 이 영화를 나는 여러번 보았다.
나치스 당원인 법랑공장 쉰들러사장은 많은 유대인을 자기가 경영하는 법랑공장에 데려와 일을 시킴으로 그들을 죽음에서 살려냈다.
그가 죽음의 형장으로 끌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는데 그가 살려낸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들, 즉 살아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쉰들러 리스트라고 한다면 여기서 리스트는 아주 좋은 뜻으로 사용된 경우일 것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이렇게 좋은 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디 흔한 일일까. 이는 분명히 하나님으로 부터 커다란 상을 받을 만한 진실로 보람되고 귀한 일이라 하겠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갑상선환자들을 많이 보는 의사가 되었다.
의사로서 한해 두해 환자들 진료하며 살아가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갑상선전문의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보는 갑상선환자는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경남 전지녁, 경북,제주도 심지어 서울에서도 와서 약을 먹고 있는 형편이다.
내가 수술한 갑상선환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그리고 여러나라에서도 많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수술한 갑상선 환자는 3000명을 넘고 있으니 그도 그럴법한 일이다.

한사람의 외과 의사의 손을 통한 이러한 수술 숫자는 대단한 기록인 것이다.
그런데 갑상선병 중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병이 있다.
그 중에는 대부분이 영구적인 갑산선기능저하라 하여 평생동안 갑상선 호르몬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갑상선암으로 수술한 후에는 대개가 이러한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 상태로서 남은 여생동안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된다.
갑상선약을 장기간 복용하지 않으면 의식을 잃게 되기도 하고 다른 심한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항상 약을 먹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영구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의 할머니들은 이 병명과 안내문을 적은 표를 목에다 걸고 여행을 하거나 다니거나 한다.
만일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다치거나 의식을 잃을 때는 고무관(L-tube)을 위에 넣어서라도 갑상선약을 넣어 주어야 건강을 되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병은 환자 기록에 늘 표시를 해 두어야 할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환자들은 늘 의사의 관찰 하에서 정기적인 검진과 투약 하에서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하는 일은 별반 없다.
이들은 6개월이나 일년에 한 번씩 피검사를 하고 하루에 한 두알씩 약만 먹으면 된다. 그러면 건강한 사람과 아무 다를 바 없이 잘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약을 평생 먹는다고 해서 약에 대한 아무 부작용도 없다. 치료도 매우 간단하다. 하루에 한번씩 알약 하나 먹으면 된다.

그러나 이 간편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르게 되니 말이다.

내가 진료하는 환자들 가운데 이러한 환자들이 많다.
나는 그들의 평생동안을 계속 돌보아 주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피검사 해보고 약주는 일이다.
간단한 일이지만 이 일은 곧 그들을 밝고 건강한 길로 인도하는 아주 보람있고 뜻있는 일이다.
어쩌면 성서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은 누군가가 계속 해야하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먼 훗날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계속되는 이 환자들을 누군가는 돌보아 주어야 한다.


어느 비교적 젊은 30대 여성 암환자에서 갑상선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 후 그는반드시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고 만다.
이 환자를 그의 삶의 끝까지 보살펴 주어야 하는데는 앞으로 삼 사십년은 걸릴텐데, 나는 언젠가는 누군가 후배의사에게 그를 인계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이러한 평생 돌보아야 할 환자들을 따로 분류하여 진료하고 있다. 그들의 진료기록에 나는 Dr.Park's List라고 적어 놓고 있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저들의 정확한 병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향후의 모든 것을 중요히 해야 한다.
이미 나의 리스트에 수록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또 리스트의 명단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의 리스트에 있는 환자들은 나를 찾아오고 또 올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이 계속 늘어갈 때에 아마 나의 리스트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 보다도 더 많아질런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야하는 이 일-- 영구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 일--은 분명히 수많은 생명을 살리면서 살아가는 또 다른 보람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명을 돌보며 살리는 참으로 귀한 일을 나도 이 세상에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Dr.Park's List! 그것은 생명들의 집단이다.
아름다운 생명의 꽃들이다. 나는 오늘도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꽃들, 생명의 화원을 열심히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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