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의 걱정
작성자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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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의 걱정
갑상선 환자들은 젊은 사람들도 많지만 요즘 할머니 환자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병원에도 오전 중 할머니 환자들이 많이 병원을 방문하신다.
시대가 변해서인지 요즘 60대는 할머니가 아니고 조금 나이든 아주머니들이고 70대가 넘어야 할머니라 해야될 정도로 나이감각이 많이 상향되어 있다. 아마 무엇으로 인간의 노화속도에 브레이크를 밟는 모양이다.
그만큼 노화가 드디오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집에는 손자 손녀가 있지만 60대 여성에게는 가급적이면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듣기에도 희망을 주는 아주머니라고 부르려고 나는 노력한다.
우리 병원에 벌써 10년째 다니고 계시는 권 할머니는 지금 70대이니까 할머니라고 불러도 된다.
이 할머니는 우리 병원에 다니기 전에 김교수님께 벌써 25년을 다니면서 갑상선 치료약을 먹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30대 후반에 몸이 피곤해서 병원에 가 보니 갑상선기능이 저하상태라고 한 후 지금까지 이렇게 갑상선을 치료하며 살아온 한 평생이다.
한 사람의 평생 가운데 후반 35년 동안을 갑상선 약을 먹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아직도 기력이 쇄하지 않고 든든하시다. 눈도 흐리지 않아 안경도 없다. 키도 비교적 크시고 뼈도 굽지 않으시고 허리도 바르다. 갑상선호르몬인 약을 35년이나 복용하시는데 큰 위장장애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일과 중 한 달에 한번씩 병원에 오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며 갑상선치료를 철저하게 받아오고 있으며 몸에 정성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이러한 할머니들이 많아지고 있고 또 근자에 이러한 노인성 갑상선질환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평생 약을 조금씩 복용하며 살아가시는 갑상선 할머니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서 그 기능을 잘 조절하고 잘 치료해 나간다면 오히려 건강인 보다 더 장수할 수도 있다.
몸에 조그만 이상이 있다면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옛날과는 달리 아기를 많이 낳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신생아 출산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고 나이든 할머니는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이미 우리 나라도 노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않고 해서 일찍 세상을 떠나실 갑상선 할머니들은 지금은 많이 발달된 의료기술에 의하여 이렇게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시니 이러한 의료기술로서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나도 우리 나라 노인들의 평균수명을 늘리고 또 노령사회를 만드는 데 당당히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정정하게 다니시는 권 할머니도 마음 가운데 한가지 걱정이 늘 떠나지 않고 있다.
무슨 걱정이냐고 묻는 의사의 질문에 "내가 이제 더 늙어서 못 걸어 다니면 어떻게 하지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걷지 못하여 병원에 더 이상 못 오게 된다면 곧 그것이 죽음이란 걱정을 갖고 계신다.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데 대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가 할머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할머니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걱정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권 할머니의 경우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살아가며 뚜렷하게 임박해 오고 있는 삶의 마지막에 대한 걱정을 해결할 묘책이 아무래도 생각나질 않아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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